불과 지난주만 해도 천안삼거리공원은 겨울의 색이 더 짙었습니다. 봄에게 자리를 내어주기 싫은 듯 눈도 내렸다가 가끔은 찬바람으로 꽃봉오리를 마구 흔들어 놓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따사로운 봄 햇살을 머금고, 살랑거리며 불어오는 봄바람에 마침내 겨울이 자리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지난 26일 천안삼거리공원을 찾았을 땐 확연하게 다른 색으로 변해있습니다.
남부 지방의 꽃 소식을 챙겨보면서 여긴 언제 피려나 기다리다 목이 늘어날뻔했습니다. 며칠 낮에는 덥기까지 하더니 여기저기 꽃봉오리가 퐁퐁 터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흥타령으로 유명한 천안삼거리공원은 축제 때뿐만 아니라 산책을 하기 위해 자주 찾는 곳입니다. 천안삼거리공원을 대표하는 수양버들 가지마다 연둣빛 꽃이 피어 싱그러운 봄날이 시작됨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봄바람에 길게 늘어진 버들가지가 살랑살랑 눈앞에 아른거리면 왜 제 마음이 설레는 걸까요? 천안삼거리공원에 전해내려오는 능소이야기에도 버드나무 이야기가 나오는데, 능소와 박현수의 사랑도 봄바람에 아른거리는 버드나무 아래에서 시작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영남루를 지나 현소각과 오룡쟁주상이 있는 연못의 둘레는 꽤 넓습니다. 현소각 주변에는 노란 개나리꽃이 활짝 피어있습니다. 봄이면 가장 먼저 피어나서 개나리를 기준으로 봄꽃 피는 시기를 가늠할 정도입니다. 개나리 꽃을 보면 엄마가 즐겨 부르시던 '개나리 처녀'가 생각이 납니다. 개나리 핀 우물가에서 사랑을 기다리던 처녀의 싱숭생숭한 마음 그대로 느껴지는 듯한 날씨입니다.
노란 개나리꽃이 핀 현소각과 오룡쟁주상 주변으로 수양벚꽃이 늘어져 피어있습니다. 옅은 분홍빛의 화사한 벚꽃은 봄이면 사람들에게 무척 사랑을 받는 나무 중 하나입니다. 천안에는 벚꽃이 한창 피고 있는 중입니다. 현소각 앞 해가 잘 드는 곳은 벚꽃이 만개를 했지만 바로 옆 그늘진 곳은 아직 벚꽃 봉오리가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담장 너머 키가 큰 목련나무에는 하얀 목련 꽃이 탐스럽게도 달려있습니다. 목련(木蓮) 꽃의 한자를 살펴보면 '나무에 핀 연꽃'이란 뜻이 들어있고, 향기도 연꽃 못지않게 좋습니다. 목련 꽃을 보니 양희은의 '하얀 목련'이란 노래가 생각납니다. 중학교 시절 들었던 노래인데, 가수의 목소리 때문인지 가사 때문인지 눈부시게 하얀 목련 꽃을 보면 왠지 쓸쓸한 느낌이 들어 봄이지만 차분하게 마음이 가라앉기도 합니다.
봄이 되니 천안삼거리공원에 개나리, 목련, 벚꽃 등 봄꽃이 만발인데, 큰 나무에 달린 봄꽃을 보다 보면 발밑에 핀 작은 야생화는 지나치게 됩니다. 가끔 무릎을 꿇고 봄 야생화를 내려다 봐주길 바랍니다. 어느 봄꽃보다도 가장 먼저 봄소식을 전해주는 반가운 손님이니까 말이죠.
따뜻한 봄기운에 몸부림을 하는 봄꽃을 보며, 천안삼거리공원 한 바퀴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바쁜 일상 속 한가로움을 느끼며, 천천히 걷다 보면 소란스럽던 마음이 진정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코로나 19로 시끌벅적한 봄꽃 축제는 즐기지 못하겠지만 도심 속 작은 공원을 찾아 잠시 봄을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