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감성여행

소풍가기 좋은 날

태조산 각원사, 태조산 조각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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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산 각원사

  • 주소 / 천안시 동남구 각원사길 245 각원사

  • 전화 / 041-561-3545

태조산 조각공원

  • 위치 / 천안시 동남구 유량동

“날씨가 참 좋다. 다들 가을이라고 소풍 가나보다.”

베란다 창문을 열며 아빠가 말했다.

다른 가족들은 모두 외출해 버린 오늘은 약속 없는 나와 아빠 둘이서 텔레비전이나 보면서 집을 지켜야 하는 한가한 주말이었다.

우리도 나갈까? 오랜만에 둘이 소풍 가자.

“그럼 태조산에 갈까? 각원사에서 느긋하게 가을바람 쐬면서 걷다 오자.”

좋은 생각이야. 어딜 가도 번잡할 주말인데 조용한 곳에서 오랜만에 풀냄새도 맡으면서 심신을 치유해 줘야겠어.

각원사를 가기 위해 도착한 태조산 기슭에서 우리는 조금 당황했다.
도착하자마자 길게 솟은 수많은 계단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각원사를 향하는 언덕으로 203개의 무량공덕 계단이 펼쳐진다.
이 계단은 백팔번뇌와 관세음보살의 32화신, 아미타불의 48소원 및 12인연과 3보 등
불법과 관련된 숫자들이 더해져 만들어졌다.

오랜만에 아빠와 손을 잡고 긴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평소에 대화를 별로 하지 않았다면 할 이야기가 더 많이 쌓여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오히려 그렇지 않다. 날씨나 서로의 안부를 새삼스럽게 물으며 한 걸음 한 걸음 계단을 오른다.

할 이야기는 별로 없는데 이 분위기가 싫지 않다. 203개의 계단은 힘들 틈도 없이 금방 끝이 난다.
거대한 부처님이 태조산을 등지고 앉아 계신다.

이 거대한 청동 아미타불좌상은 높이 15m, 무게 60톤으로
동양에서 가장 크며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만들어졌다.

압도적인 크기는 일개 평범한 사람에 불과한 우리가 그를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경건한 마음이 들게 한다.

다른 사람들처럼 우리도 아미타불좌상을 돌며 기도를 한다.
자애로운 미소 아래에서 언제나처럼 서로의 안녕을 위해 기도를 한다.

각원사의 대웅보전 또한 크기가 굉장하다. 국내 최대 규모이다.

경주의 불국사를 잇는 최대의 사찰답게 설법전, 관음전, 천불전, 칠성전 등이
각자의 자리에서 대웅보전과 함께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다.

마음을 울리는 맑은 풍경 소리와 함께
각원사의 경건한 아름다움이 차가운 가을 공기에 퍼져 나간다.

몸가짐과 언행이 나도 모르게 조심스러워지는 사찰은 언제나 신비롭다.

각원사는 천안시와 함께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는 곳으로도 알려졌다.

독거노인을 위한 무료급식활동과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한 목욕봉사도 하고 있으며,
매년 노인들을 위한 효도잔치 등 따뜻한 마음을 꾸준히 나누고 있다.

각원사는 아름다운 모습의 사찰보다 더 아름다운 행동으로 부처님의 자애로움을 많은 사람과 나눈다.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는 이유가 외적인 모습에서만 오는 것은 아님을 느낀다.

사찰을 걸으며 조곤조곤 대화를 하다 보니 마음이 포근해진다.
찬 공기에 따사로운 햇살이 더욱 기분 좋게 한다.

태조산에는 또 다른 좋은 산책로이자 소풍장소가 있다. 조각공원으로도 유명한 태조산 공원이다.

18점의 조각들이 곳곳에서 공원을 재미있게 꾸며준다.
자연과 어우러진 야외에 전시된 조각들은 실내 전시와는 다른 자연스러운 분위기로 미술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1887년에 조성된 태조산 공원은 조각뿐만 아니라
인조잔디축구장과 테니스장, 야영장, 야외 공연장, 전망대, 연못 등이 있어서
시민들이 심신을 단련하거나 산책을 하기에 적합하다.

태조산 산행을 위한 등산로도 마련되어 있다.

커다란 연못과 분수를 바라보며 앉아 있자니 참 평화롭다. 이곳저곳에서 데이트하는 연인들과 가족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문득 나란히 앉은 아빠에게로 고개를 돌리니 눈이 마주친다.
옛날에는 참 예뻤는데 점점 말도 안 듣고 별로라며 아빠는 내 얼굴을 보고 웃는다.

우리는 얼굴이 참 닮았다.

해가 바뀔수록 아빠를 닮아간다며 별것 아닌 발견에 또다시 웃음이 터진다.

내가 잊은 나를 기억하며 항상 곁에서 나를 지켜보는 아빠.

어색한 나들이의 마무리에 편안함이 두껍게 쌓였다. 부녀끼리의 외출도 꽤 좋구나.

하늘 아래 편안한 곳이라는 뜻의 천안답게 그 평화로움을 대변하는 듯
보여주는 곳이 바로 이 태조산이 아닐까. 포근한 하루가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