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감성여행

광복70년, 그 기억의 상자 속으로 들어가다.

천안 독립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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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독립기념관

  • 위치 / 천안시 동남구 목천읍 남화리 230번지

  • 전화 / 041-560-0114
  • 홈페이지 / http://www.i815.or.kr

70주년 광복의 날이 밝았다. 이른 아침을 먹고 독립기념관을 향해 집을 나선다.
문 옆에는 주춤거리듯 태극기가 아주 살며시 바람에 흔들린다.

독립기념관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 오늘을 축하한다.
티 없이 웃으며 뛰노는 어린아이들,
그 모습을 평화롭게 바라보는 어른들.
광복절에 어울리는 모습이다.

축배를 드는 것이 마땅한 날이지만, 마냥 웃을 수만도 없다. 현실의 평화는 껍데기에 불과할지 모른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데, 우리의 미래는 괜찮을까. 8월 15일 오늘을 웃음으로만 기억해도 괜찮을까.

지난 12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독립운동가의 후손이 분신하였다.

그는 반성 없는 일본과 친일파,
방관하는 조국에 반해 가난의 대물림으로 거리를 헤매는 독립유공자의 현실을 슬퍼하며 세상을 떠났다.

그가 남긴 유언처럼 광복 70주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진정한 마음으로 기뻐하기에는 아직 상처는 곪아 있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조상들이 어떻게 이 나라가 지켰으며, 어떤 고통의 시간을 보냈는지.

독립기념관에는 그 기억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독립기념관의 탄생은 역사를 잊지 않고 진실을 지키려는 국민의 굳은 의지와 함께 시작되었다.

1982년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사건을 계기로 국민 성금 모금과 역사자료 기증운동의 결과로
1987년 8월 15일 역사적인 개관이 이루어졌다.

하늘을 뚫을 것처럼 높고 날카롭게 솟아있는 겨레의 탑을 지나 동양 최대 크기의 기와집인 겨레의 집으로 향한다.

백두산 천지의 부조로부터 9인의 인물이 한 덩이가 되어 희망의 빛을 향하는 듯한
형상을 한 불굴의 한국인상이 겨레의 집 중앙에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거대한 태극기에 반해 작게만 보이는 관람객들의 모습을 보니 괜스레 경건한 마음이 들어 숙연해진다.

겨레의 집 뒤에는 7개의 전시관이 마련되어 있다.

전시관은 5천 년 동안 수많은 침략에도 굴하지 않고 강한 독립 의지와 자주 정신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게 한 선열들의 역사를 기록한다.

특히 일본의 식민지 지배로 뼈아픈 고통을 당하면서도 나라를 되찾아 새로이 세우기 위해 노력한
애국선열들의 피와 땀의 활동을 상세히 전시하였다.

역사책에서만 조그맣게 보아왔던 선사 시대 생활용품과 조선 시대 무관들의 군장류부터 근대문물,
을사늑약 체결 모형과 수탈상황까지 볼 수 있다.

또한, 일제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펼친 애국선열들의 의병운동,

애국계몽운동, 국채보상운동 등을 비롯해서 안중근, 안창호 의사 등 독립투사들의 친필이 담긴 문서들이 전시되어 있다.

민족 최대의 항일 독립운동인 3.1운동을 되짚어 보는 전시관은 '겨레의 함성'이라는 이름으로 따로 마련되어 있다.
만세운동의 장면과 다양한 자료들을 볼 수 있다.

관람객들도 함께 '대한독립만세'를 외쳐보기도 한다. 부끄럽지 않다.

그렇게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과 그의 중추기관이었던 대한민국임시정부의 활동까지 돌아보며 전시의 감상을 마친다.

특별전시실에서는 광복 70주년 한일수교 50주년을 기념하여 한일 어린이 그림편지 교류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아이들의 편지들을 보자면 그 티 없음에 오히려 머리가 복잡해지기도 하고 멍해지기도 한다.

아이들의 말처럼 서로 잘 지내면 좋을 텐데. 그 바람이 이루어진다면 좋겠다.
우리는 하루가 멀다 하고 읊조린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어느 철학자가 말했다.“ 모든 좋은 것들의 근저에는 얼마나 많은 피와 잔혹함이 존재하였는가를 우리는 안다.”

모두가 알아야 한다. 잘못은 인정하고, 반성하며, 합당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
또한, 미래를 위해 과거를 정확히 바라보는 것도 필요하다.

모두가 나서서 행동하고, 지켜 보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애국 선열들의 희생 정신과 그들의 이야기를 기억해야 한다.

독립기념관은 우리 국가와 국민에게 진정한 역사 교육의 장으로 항상 이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70주년 광복절의 하루가 저문다.

그 기억의 상자인 독립기념관에서 지는 해와 함께 뜨거운 열기를 식히며 막을 내리지만,

오늘을 내일도 기억할 수 있길 바란다.